2015년 여름 제2호
2015 Summer Webzine Vol.2
통합사례관리

통합사례관리 타이틀

글. 이해원 (서울 노원구 복지정책과 통합사례관리사)

오후 4시경 방문 시 집안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나 이불위에 축 늘어져 있는 장씨 아저씨!
전날 마신 술이 덜 깨어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연신 이불로 눈물을 닦던 모습은 수년간 알코올 중독으로 부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나약해 보였습니다. 장씨 아저씨의 술 문제로 나날이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견뎠을 부인의 고통... 이 부부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술 없이는 못 살아술 없이는 못살아...

장씨 아저씨가 술을 드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장씨 아저씨가 살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는 아침나절에도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고 취한 사람들의 취기 섞인 고성방가와 비틀거리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장씨 아저씨는 심심해서 집 밖에 나가면 술을 마시고 있는 이웃들을 만나게 되고 권하는 술은 마다하지 않고 마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술을 마시고 나면 주사와 주폭으로 인한 문제들이 반복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술을 좋아하시긴 했지만 장씨아저씨가 본격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게 된 이유는 1996년 운영 중이던 식당에서 화재가 난 이후부터입니다. 돼지갈비, 감자탕이 맛있다고 인근에 소문이 나 다른 식당보다 운영이 잘 되었습니다. 불이 나던 그날도 밤늦게 영업이 끝났습니다. 일의 피로감으로 가볍게 술을 마신 장 씨 아저씨는 식당 한쪽 방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선풍기에서 누전이 된 불로 인해 식당은 한순간에 한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장 씨 아저씨는 긴급하게대피를 하여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막일이라도 해보려 하였으나 IMF로 인해 일자리도 없어 살아갈 날이 막막하기만 하였습니다.

현실에 부딪히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술을 마시도 횟수는 늘어났습니다. 술을 마시면 부인을 구타하고 밤새 잠을 못자게 하고,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 병원에 입원도 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7층 베란다에서 떨어져 허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하는 등 알콜 문제가 반복되어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술 문제로 더는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아들은 몇 개월 전에 가출하여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인은 하루 네 차례 집에서 복막투석을 하는 신장 2급 장애인으로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반복되는 남편의 구타

부인을 처음 만났을 때도 장씨 아저씨의 구타로 쇠골에 금이 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지난해, 술을 마시고 부인을 구타하여 부인은 남편을 피해 아파트 계단에서 며칠씩 뜬눈으로 지내기도 했습니다.
반복되는 남편의 구타에 살아야할 이유가 없어 죽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장씨 아저씨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술을 마시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하면 술을 줄이고 살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장씨 아저씨와 잦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장씨 아저씨는 할 게 없다고 했으며 무료함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했습니다. 부인은 제발 남편이 술을 안 마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일단 무엇으로 무료함을 달랠 수 있을까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고 장씨 아저씨가 잘하는 것을 물어보았습니다. 장씨 아저씨는 운동을 좋아해서 등산도 자주 다닌다고 합니다. 적어도 등산을 할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니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이웃 할머니들에게는 친자식 이상으로 살갑게 대합니다. 무거운 물건도 들어드리고 이웃 간에 음식도 나눠먹는 보통의 아저씨였습니다. 무엇보다 커피를 맛있게 끓여서 잘 대접한다고 하여 자타공인 장마담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장씨 아저씨에 대한 알콜의존증 치료와 함께 무기력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술로 인해 망가진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대한 체크가 필요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장씨 아저씨 스스로 음주에 대한 자기조절력을 기르는 것이 제일 중요한 숙제였습니다.

작은 관심과 지지로 술 없는 세상으로 go go ~작은 관심과 지지로 술 없는 세상으로 go go ~

무기력한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면 장씨 아저씨가 술을 좀 덜 드실 거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가정방문 때마다 장마담이 직접 끓여주는 커피 한잔, 박카스 한 병에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전화를 드릴 때마다 늘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천사님 ~” 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주시는 장씨 아저씨! 방문이 거듭될수록 아저씨는 요즘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자랑을 하십니다.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겨 집을 찾아오지 못하여 수시로 지구대에서 집으로 데려다 주는 일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해당 지구대 경찰들 얼굴을 다 알고 있다며 유명인사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술을 마시면 도무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집이 어디인지 몰라서 치매가 의심된다고 치매검사를 해보고 싶다던 아저씨.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매검사를 하였으며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주위의 관심이 없던 가구에 방문간호사 선생님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건강 체크 및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연계를 한 이후에 일주일에 하루도 빠짐없이 센터를 방문하여 성실하게 상담을 받고 계시는 장씨 아저씨~

평생건강관리센터 건강검진 결과 근육량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고 나와 기초체력을 높이자는 제안에 술 때문에 약해진 체력을 보강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픈 부인도 같이 건강증진을 위해 복지관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 하시겠다고 합니다.

장씨 아저씨는 부인과 함께 복지관에서 경증체력단련 프로그램을 등록하여 복지관에 매일 다닐 날짜도 지정하였습니다.
얼마 전 복지관에서 부부가 함께 처음으로 수목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식사대접을 받고 아로마향초 만들기 체험, 손수건 나뭇잎 찍기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한 것이 너무나 기쁘다고 하십니다. 또한, 천사님을 만나서 좋은 곳에 다녀왔다는 감사의 말씀도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

동네 술주정꾼, 누구에게도 어디서든 관심한번 못 받던 장씨 아저씨가 “천사님”의 관심과 지지로 이 기회에 꼭 금주를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연락이 뜸하면 왜 연락을 안 하냐고 하시며 사무실에 오셔서 불쑥 얼굴을 내밀고 씨익 웃어주시는 아저씨! 사람들이 술을 왜 먹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너스레를 떠는 아저씨가 이 기회에 금주 성공 아니 술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집에 가보면 큰 달력에 술을 마시지 않은 날과 마신 날을 체크하면서 스스로 금주에 대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부부관계도 조금씩 회복이 되었습니다. 복지관으로 프로그램 참여 차 자전거를 타고 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힘든 과정을 함께 겪어온 부부의 끈끈한 사랑을 느낍니다.

알코올 문제를 해결되지 않는 만성적인 문제로 여기고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개입을 했더라면 이런 변화는 기대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장씨 아저씨는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며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는지 조차도 몰랐다고 합니다.

장씨 아저씨가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운동을 좋아하고, 이웃과의 사교성도 좋습니다. 또한, 무엇을 하더라도 항상 부부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장씨 아저씨의 강점을 보고 접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화가 되고 금주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복지사는 더욱 더 당사자의 강점을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 아래 편지는 사례관리 대상자가 이해원 통합사례관리사에게 보내주신 실제 편지입니다.

편지1
편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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