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봄 창간호
희망Issue

통합사례관리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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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모든 사람이 당신을 외면한다 해도, 당신의 손을 잡아줄게요"

글. 최진실 (충남 아산시 행복키움지원단 통합사례관리사)

고마워(가명/40세)님과의 첫 만남은 시청에서였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함께 찾아온 모녀, 가발을 삐뚤게 쓴 엄마와 옆에 딱붙어 있던 두 딸의 모습은 마치 캐릭터 같았다. 상담을 하는 내내 안경너머 호기심 어린 눈으로 꿈뻑거리며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던 그 첫 만남이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고마워님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무보증금/월세 33만원의 연립주택 반지하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내부는 햇빛이 들지 않아 곰팡이가 심했고, 청소를 하지 않아 쓰레기들이 널려있었으며 악취가 매우 심했다. 또한 신문배달을 하던 고마워님은 폐지로 팔기위해 남은 신문을 집안 곳곳에 쌓아두고 정리를 하지 않았으며 분리수거대에서 주워왔다던 거실의 카페트는 양말을 신었음에도 축축함이 느껴질 정도로 엉망이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바퀴벌레들이 떼를 지어 도망 다니는 불결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먹고 자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딸들은 옷과 몸에도 냄새가 배어 쾌쾌한 냄새를 달고 다녔으며 학교에서도 더러운 아이, 괴롭힘의 표적이었다. 아이들이 학교가기를 좋아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 집주인이 저희 물건을 마음대로 버리고 문도 잠궈버려서 ○○여인숙으로 거처를 옮겼어요..”

고마워님은 월세 180만원이 미납되어 집주인으로부터 법적조치를 취한다는 협박과 위협을 받고 있었으며, 심지어 자녀들의 학교까지 쫓아와 심리적으로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상황이었다. 결국 집주인은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을 이용, 무단으로 들어와 TV를 팔고 모든 짐을 밖으로 내다버린 후, 자물쇠를 바꾸고 문을 잠궈버린 것이다.

오갈 곳이 없어진 고마워님은 거처를 여인숙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고 핸드폰조차 중지되어 공중전화를 통해 연락을 해 왔다. 낮이면 조금이라도 빚을 갚을 생각으로 일을 다니기 시작했고, 자매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여인숙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첫째아이 사랑이(가명/14세)는 맏이로서 대범한 면이 있었고 활발했다. 둘째아이 소망이(가명/12세)는 항상 인형을 가지고 다니며 인형과 대화를 많이 했다. 여인숙에 있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자주 찾아가 잘지내는지 살피고 간혹 인형놀이도 같이하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둘째 소망이가 집주인이 학교로 찾아올까 무서워 학교가기를 거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납된 월세에 대해 후원금을 연계, 집주인에게 송금하였다. 이후 집주인이 학교로 찾아올 이유가 없어지자 다행히 둘째아이는 학교를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인숙에서 모텔로 거처를 옮긴 고마워님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다른 부채들로 인해 모텔비용까지 체납하게 되었고 쫓겨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 또한, 모텔에서 지내게 되면서 밤늦게까지 TV를 보다 잠들어 아침에 학교를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신문배달로 인해 아침 일찍 일을 나가야하는 고마워님은 아이들을 미처 보살피지 못하는 상황으로, 초등학교 교육복지사와 교감선생님이 함께 모텔에 방문하여 여러 차례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신청했던 전세임대사업에 대상자로 선정되어 반지하와 여인숙, 모텔을 전전하던 고마워님댁에 드디어 햇볕이 잘드는 집이 생기게 되었다.
당장에 생활할 수 있는 생필품이 필요해 여러 기관에 도움을 청했고 기초푸드뱅크에서 수납장과 냉장고를, 어린이재단의 지원으로 자녀들의 공부방을 꾸며줄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

처음으로 각자의 방을 갖게 된 아이들은 새책상을 쓰다듬으며 몇 번을 그렇게 외쳤다.

물리적인 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아직 학교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소망이는 남자아이들의 괴롭힘의 표적이 되곤 했는데, 일례로 소망이의 머리에 썩은 우유를 부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덩달아 속이 상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하며 아이들 스스로 변화를 깨달을 수 있도록 애썼다.

“소망아, 아이들이 왜 그렇게 괴롭히는 것 같니?” “제가.. 냄새가 나서 그래요.”
“그럼.. 무엇을 하면 좋아질 수 있을까?” “제가 잘 씻어야 해요.”

양치질과 머리감기의 월별계획표를 만들어 약속을 잘 지키면 선물을 사주는 등 작지만 구체적인 방법으로 아이들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갔다.

또한 학습 진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자녀들의 지적․심리검사를 시행했다. 검사결과, 사랑이는 장애판정이 필요한 정도의 지적수준이 나왔고 소망이 또한 IQ.76에 우울과 불안감이 높아 상담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사랑이는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고 특수반으로 이전하여 지도를 받게 되었고 소망이는 멘토링 심리치료와 바우처를 연계하여 지속적인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사랑이 역시 수준에 맞는 학습환경 안에서 높은 만족감을 보이며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으나, 점점 집은 예전 반지하처럼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쓰레기를 방에 버리고 옷가지는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혹시 정리하는 방법을 몰라서는 아닐까?

우리는 거점복지관을 통해 수납․정리서비스를 연계하기로 했고, 고마워님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직접 정리정돈을 하며 수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혼자서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배우게 되니 깨끗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해요~”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은 쉬울 수 있다.
더럽다... 냄새 난다..... 손가락질하는 일은 쉬울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보호를 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는 일은 쉬울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받은 상처가 치유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조그마한 관심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있구나 라는 것을 나는 고마워님의 가정을 보며 배워갔다.

살아가며 문제가 없는 인생이 있을까?
어려운 인생길에서 든든한 조언자, 가족, 친구들로 인해 위로를 받고 박차고 나갈 힘을 얻는다.

나는 고마워님의 가정에 그러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
변화과정이 더디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그런 과정이 나에게는 기쁨이고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저앉아 일어나는 방법조차 잃어버린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힘이 되어 진다면 나는 주저없이 손을 내밀어주고 싶다.

아마도...,
“안녕하세요 저는 통합사례관리사예요.”로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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