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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은영 계장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맞춤형복지팀)

“계장님, 청소가 필요한 가정이 있는데,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자원봉사센터로부터 맞춤형복지팀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희자씨(가명, 68세, 여) 의뢰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전화 통화만으로 어떤 상황인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의뢰한 평창군 자원봉사센터 팀장님과 함께 해당 가정을 직접 방문하였습니다.
희자씨 집을 방문했을 때 집에는 희자씨와 산소호흡기를 끼고 방안에 누워있는 희자씨 남편이 있었습니다. 희자씨는 ‘왜 찾아왔느냐’라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볼 뿐,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대화를 강하게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희자씨에게 약간의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낯선 사람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것이 당연했기에,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오랜 남편의 병간호로 심신이 지친 희자씨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희자씨로부터 과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희자씨의 남편은 40년 전부터 백혈병을 앓고 있고, 이후 간암까지 발병하여 지금은 산소호흡기 없이는 호흡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당장 색전증 시술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경제적인 상황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희자씨의 모습에서 오랜 간병에 많이 지쳐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희자씨는 17년 전 목욕탕을 운영하며 어렵지 않게 생활했지만 빚보증으로 모든 재산을 잃은 후 평창으로 이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시장에서 감자떡을 빚어 파는 노점상을 하며 남편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며 근근이 살아왔다고 합니다.

“남편과 함께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많아요. 강물에 빠져 죽으면 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문이 열리자 오랫동안 쌓여있던 삶의 고단함을 토로했습니다. 오랜 간병으로 인해 본인도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겨울철 연탄 살 돈이 없어 난로로 대신하는 형편과 남편의 계속되는 치료비 때문에 치료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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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을 위한 내부 사례회의 진행

가정방문 이후 희자씨의 문제 해결을 위해 평창읍 맞춤형복지팀에서는 사례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희자씨 가구의 가장 큰 문제와 욕구인 남편의 건강문제와 경제적인 어려움 해결을 우선순위로 하고, 아울러 희자씨의 신체·정신건강회복을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희자씨 가정을 사례관리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한 가지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희자씨와 남편은 본인들의 어려운 상황을 타인이 아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어려움을 이야기는 했지만 정작 도움 받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꼼꼼히 살펴 촘촘히 혜택 받을 수 있도록

평창읍 담당자와 함께 희자씨를 설득했습니다. 도움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우리의 도움은 ‘받는 것’이 아니라 ‘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장은 도움을 받고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웃들에게 나누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며, 희자씨가 잘하는 감자떡도 지역주민들과 같이 나누자고 했습니다. 꾸준한 설득으로 희자씨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그동안의 남편 치료비는 자녀 3명과 나누어 부담하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치료로 1억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었습니다. 자녀들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 지속적인 병원비 부담이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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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방문을 통해 상담을 진행한다

우선 희자씨 가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공적 부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했습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급한 남편의 색전증 시술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산소호흡기를 달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병원 이송비만해도 30만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 필요했습니다. 지역자원을 열심히 탐색한 끝에 다행히 OO교회의 실버팀 후원금을 통해 이송비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 긴급의료비 지원을 통해 남편의 색전증 시술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도 지역의 여러 따뜻한 손길들이 평창읍을 통해 희자씨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특히 연탄 500장을 지원할 때는 희자씨의 겨울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희자씨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계장님 참으로 죄송한데 의논할 것이 있어서... 시간 있으면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희자씨의 문자를 보고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희자씨는 남편이 색전증 시술 이후 집에 돌아와 요양하던 중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OO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급작스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원주기독병원 사회복지팀과 연계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동시에 군 주민생활지원과를 통해 긴급의료비를 연계하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더 이상 의학적으로 치료를 해줄 수 없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사업 실패 후 너무 많이 울어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계장님 만나면 눈물이 자꾸 나네요.”

남편의 오랜 투병생활로 가족과 친인척조차 전화번호를 바꾸거나 연락을 피하곤 하는데 이런 도움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천사가 나타나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들을 풀어놨습니다.

희자씨를 만나고 돌아온 후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한 후원자에게 사연을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도와주겠다며 장례비용에 대해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그로부터 12일 후, 희자씨 남편의 사망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장례식장으로 달려 가보니 유족은 희자씨와 자녀 3명이 전부였습니다.

“계장님, 장례 잘 치르고 납골도 안치했습니다. 모든 절차에 도움주시고 돌봐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장례가 끝난 후 희자씨 아들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모두에게 ‘천사의 선물’이 전달되는 그날까지

남편은 사망했지만 희자씨의 허리 추간판 탈출증과 남편을 잃은 공허함 등 신체와 정신 건강문제가 남아있었습니다. 그간 남편의 간병으로 돌보지 못했던 희자씨의 치료를 지원했습니다. 이어 정서적인 지원을 위해 정신건강보건센터와 연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희자씨는 “지금도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는 혼자 스스로 이겨보고 싶어요” 라며 제안을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가 받은걸 돌려주고 싶네요”라고 말하며 ‘천사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던 마음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례는 종결되었지만 평창읍 맞춤형복지팀에서는 지금도 주기적으로 희자씨의 건강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며 사후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을 치른 며칠 후 ○○장례예식장 이○○사장님은 저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시며, ‘희망 2017사랑&나눔 릴레이’(평창읍 특수시책)에 참여하여 라면 100상자를 기부해 주셨습니다. 또한 평창군청 홈페이지에 칭찬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의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에게 위로를 주는 모든 분들 덕분에 오늘도 희망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날입니다.

희자씨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항상 함께하며, 또한 우리 지역의 주민들 모두에게 한번쯤은 ‘천사의 선물’이 전달될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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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복지의 성공적인 사례로 영서방송에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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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칭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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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처 : 희망복지지원단 중앙지원센터 신경주 (전화 02-6360-5408 | 메일 logongl@ss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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