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관리사로서 전문성을 갖고 있더라도 대상자가 자살 신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문화의 특성 상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서 표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의 징후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자살의 위험에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자살 신호를 민감하게 관찰하고 반응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자살예방의 출발입니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설마 자살을 할까”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너무 큰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상자가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하고, 혹시라도 자살 신호나 징후를 발견한다면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나요”라고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우리는 자살에 대한 편견이나 이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자살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자살에 대한 언급이 위험성을 높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직접 물어보는 것이 상대방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고, 대화의 내용이 명확해져서 더 잘 도와줄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이 자살을 생각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가 본 징후들이 자살과 관련한 것인지 직접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대화와 소통을 하면서 전문가와 기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합니다.
“이분과 언제부터 만났죠? 언제 마지막으로 통화했어요? 통화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어요?
1년을 사례관리 하던 대상자의 사망 현장을 처음 발견하고 신고한 나는 경찰 조사를 받는 내내 죄인이 된 것 같았다.
참 많은 애를 쏟았던 대상자였기에 눈을 감으면 그분의 잔상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참 많은 애를 쏟았던 대상자의 사망 현장을 발견한 데다가, 경찰 조사를 받으며 무섭고 놀랐을 것 같습니다. 자살 사망자를 발견한 사람, 같은 동네주민, 사회모임 집단, 업무적으로 알고 지내는 관계, 같은 학교 학생, 보건의료인 등은 도움을 받는 시기가 빠를수록 좋습니다. 다양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에는 치료적 도움 받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적 고통이 크며, 사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대응하며,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전문가의 치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감정을 수용하고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연습을 병행하면 치유와 회복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유를 낼 수 있다면, 매일의 일상에서 벗어나 오직 고인과의 관계에서, 고인만을 생각하며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통합사례관리사로서 친밀하게 연결되어왔던 대상자의 자살은 큰 충격입니다. 개인적인 상황이나 특성에 따라 전문가의 치료나 정신건강서비스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계가 붕괴되면서 현실에 무감각해지거나 감정기복이 생길 수 있고, 혼란과 괴로움 등을 느낄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 증상과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서적·신체적 상황은 자살유가족의 범위에 포함될 정도로 대상자의 자살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고인과 관련해서 자연스럽게 언급을 해도 들어주는 동료들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개방성이 있는 사례관리사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사회적, 정신적 지지와 지원을 잘 받아들여 치유과 회복을 통한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이렇게 했으면 그분이 자살하지 않았을텐데”, “난 부족해”라고 자책하고 죄책감을 갖게하는 마음 속 메시지들은 삶의 생동감을 빼앗고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스스로를 돕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첫 번째로,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고, 대상자와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오래 도움이 되고 싶었던 자신의 깊은 욕구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 슬픔, 괴로움을 인정하고 표현하면서 점점 고인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통과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과 생각을 떠올리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좋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두 번째로, 여건이 허락한다면 일상에서 벗어나 상실의 감정을 충분히 수용하기 위해 시간여유를 갖고 개인애도와 그룹애도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 자살유가족과 따뜻한 친구들 대표 김혜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