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관리 정책지원센터 웹진 [희망e야기]

우리동네 이야기

희망 Story

감동적인 사례를 함께 나누어요.

긴 여정의 끝은 행복

복지사각지대 발굴부터 13년간 이어진 관심과 사랑

강원도 강릉시 복지정책과 전수영

사례관리, 민관협력, 통합돌봄이라는 말이 낯설었던 2006년 1월 저는 강릉시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임용되었습니다.

노인, 장애인, 아동 , 한부모 수많은 사례를 경험했고 신규공무원의 초심인지 잠을 설칠정도로 고민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 중 200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사례를 소개합니다.

공무원 3년차 열정만으로 똘똘 뭉친 저에게 전기 검침원이 찾아오셨습니다.
단전가구 조사를 위해 가정방문을 하던 중 너무나 안타까운 가정이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남편과 헤어져 어린 두 아들을 식당 종업원을 하며 열심히 키운 한 엄마가 있었습니다.
엄마는 비록 창고를 개조해 만든 월세 단칸방이였지만, 밝고 바르게 자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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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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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준비하던 엄마는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고,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병명은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였습니다.

저혈당으로 인해 원래 마른 체형이였던 40대초반의 엄마는 40kg이하로 체중이 감소되었고, 목소리 변형, 치아손실, 하지기능 마비로 걷는 것 조차 힘든 상황이였습니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온 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강제 퇴원하였고, 그 이후로 한번도 종합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아온 집은 단전은 물론 보일러는 고장이 났고, 온 벽은 곰팡이가 피었으며, 재래식 화장실에 제대로 씻을만한 세면시설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병이 나을 리가 없었습니다.
습한 공기에 감기는 달고 살았고, 면역력이 약해진 엄마는 전기장판에 의존 한 채 누워만 지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치아손실로 음식물을 씹을 수 없어 건강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엄마 옆을 지켰으며, 학교에서의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였고 특히 중학교에 입학한 둘째는 전교 9등을 하는 등 학교에서 구김살 없는 모범생이였습니다
사설학원은 꿈도 못꾸고 방과후에 지역아동센터에서 저녁밥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당시 중3, 중1인 아이들은 제법 키가 커 똑바로 눕지 못하고 대각선으로 누워 자면서도 현실에 대한 불평 불만이 전혀 없고 항상 밝고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한국전력공사(한전) 검침원의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 서류를 준비하였고 한전 검침원과 제가 수시로 가정방문을 하면서 정서적 지지를 이어나갔습니다

  • 공적급여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후 엄마는 그동안 받지 못했던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한전검침원 동행) 생활은 조금 안정이 되가고 있었습니다.
  • 민간후원 민관협력이 뭔지 몰랐던 저는 이 가정을 살려야한다는 마음만으로 신한은행 장학금, 천호식품 수기 공모에 당선되어 작은 금액이지만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 주거환경개선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LH전세임대 신청하여 선정되었으나, 거동이 어려운 엄마가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하루종일 행정업무를 하는 제가 나갈 수가 없어 한전 검침원이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방2개 오래된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집을 생각하면 궁궐같은 집이였습니다.
아이들은 이사하였지만 제가 있는 주민센터에 자주 왔었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이어나가던 중 저는 결혼을 하고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마음속으로만 응원하던 중 몇 년 후 인근 동 주민센터로 복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엄마는 괜찮으신지 궁금한 찰라에 주민센터 주무관님께 말씀드려 모니터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그사이 똘똘함을 자랑하던 둘째는 교대 진학을 목표로 재수를 하기 위해 주무관님과 상담을 하고 간 이후였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은 부모와 상담하는데
본인이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주무관님은 사례관리 등록으로
첫째의 군 전역 이후 복지도우미로,
둘째는 교육대학교(교대) 입시를 위한 학습지원,
엄마에게는 치과 치료를 연계하였습니다.

주민센터 주무관으로, 인생 선배로, 친형처럼 사례관리를 하였고 둘째는 교대에 합격하였습니다.
타지로 학교에 진학한 둘째는 학기 중에도, 방학 중에도 안부를 주고 받으며 관계를 이어나갔고 강릉미래인재육성 기금을 신청하여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4년이 흘러 둘째는 우수한 성적으로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교사생활을 하던 중 지난 7월 군입대를 하였습니다.

현장의 사회복지공무원은 사례관리라는 말이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사례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가정은 한전 검침원과 현재 거주하는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의 원활한 업무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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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전 만난 둘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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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누나(당시 아이들은 저에게 누나라고 불렀습니다)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라는 말을 듣고 '내가 이 사회복지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라고 느꼈고 제2, 제3의 가정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칸방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훌륭한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까지
공공서비스와 민간지원이 있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아이들의 그다음 미래가 또다시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