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소통

경상북도 상주시 사회복지과

희망복지지원단 신 이 진

2013년 11월 어느 날, 복지담당공무원으로부터 전화한통이 걸려왔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는데 도와줄 방법이 없냐는 것이다.
사실 그 시작은 작은 절도 사건이었다.
범인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막상 자세한 사연을 듣고 보니
“너무 안타까워 도움을 주고 싶다.” 는 것이 복지담당자뿐만 아니라
신고하였던 주민, 경찰관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대상자의 사연을 듣고보니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원래 대기업에 다녔으나, 퇴사 후 10여 년 전 친구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하게 되자 오갈 데가 없어진 그는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움막을 짓고 살면서 1년간 집을 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200만원을 모았다. 보관 할 곳이 없어 돈을 땅 속에 묻어 두었는데, 산짐승들이 숨겨놓은 돈을 모두 파먹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전 재산을 다 잃고 삶의 의욕이 없어져 자살을 시도 하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목숨은 건졌지만, 여전히 생계를 이어갈 일이 막막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던 그는 배고픔을 참으며 산속에 지내다 한 번씩 마을로 내려와 농막(원두막)안의 라면, 쌀, 부식 들을 조금씩 훔쳐가서 끼니를 해결 할 수밖에 없었다. 이웃 주민들은 계속해서 라면과 쌀이 없어지자 경찰서에 신고를 하였 고, CCTV를 통해 범인을 찾아 내었다가, 대상자의 어려운 상황 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대상자의 행동은 나쁘지만, 처한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워 그를 도와주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고, 그렇게 나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었다.
대상자는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숨기는 것은 없었으나, 대화하는 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눈을 잘 마주치지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을 하는데 있어서도 발음이 부정확하였다. 알고 보니 자살 시도 당시 목을 매었던 줄이 끊어지면서 바닥에 턱을 찍어 치아가 여러 개가 빠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다보니 다른 치아들마저 모두 빠져 치아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한 콤플렉스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취업도 더욱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몸이 말라 있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대상자는 자존감도 떨어져 있었으며, 무엇을 시작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립지원상담사와 연계하여 근로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였고, 콤플렉스가 되었던 치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000재단에 신청하여 틀니를 지원해 주었다.
틀니 지원을 통해 대상자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고, 조건부수급자로 자활센터에서 근로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 나가기 시작하였다. 벌금을 낼 돈이 없었던 대상자는 봉사명령을 받고서 복지관에서 봉사를 열심히 하는 모습에 사회복지사로부터 칭찬을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에 한걸음씩 더 다가가게 되었다.
자활센터에서 본인에게 맞는 사업단을 찾아가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지만 대상자는 과거 종사했던 건설 사업단이 가장 잘 맞아 일을 하기 시작하여 임대아파트에 입주도 하고 4년 만에 성공적으로 자립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수급자가 되어 돌아왔다.새롭게 도전한 일이 잘 되지 않았지만 낙담만 하지 않고 다시 문을 두드렸고 그렇게 다시 조건부수급자로 일을 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결석 없이 사업단에서 근로를 하고 있다.
자활사업단 중에 가장 힘들다는 간병사업단에 소속되어 병원에서 침상 도우미로 일을 하고 있다. 힘은 들지만 몸이 불편한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하였으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일을 계속하기를 희망하였다.
그렇게 대상자가 잊혀 갈 때쯤..
나는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 병원에서 우연히 다시 대상자를 만나게 되었고 병실에 있는 나를 보고서 놀라셨다.코로나로 인해 면회금지가 되어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 대상자가 나에게 많은 도움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병동이 달라서 부딪칠 일이 없었지만 한달 넘게 장기간 입원해 있는 동안 수시를 나를 챙겨 주러 오셨다.
주변에서 도대체 어떻게 아는 사이이기에 이렇게 챙겨주냐는 말에 대상자는
“나를 살려준 사람이요.선생님 아니었으면 저는 이 세상에 없었어요.그러니까 내가 이렇게라도 해야죠.도움을 받았는데.. 나를 살려 준 사람인데..”
라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이렇게 기억이 되고 이런 존재였었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이일을 하는 보람을 다시 느꼈다.
뭐든 먹고 싶거나 필요한 게 있으며 말하라며, 내가 출근할 때 사다 준다는 그 말들이 빈말이 아님을 알지만.. 미안한 마음에 부탁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봉지하나를 툭하고 던져놓고 도망가듯이 가셨다.
그 봉지 속에는 과자, 과일, 아이스크림 등 간식이 들어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대상자로부터 뭐든 받으면 안 되지만.. 뇌물이 아닌 거부할 수 없는 따스한 정으로 그날 병실에 같이 입원 해 있는 환자,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들과 맛있게 간식을 나눠 먹었다.
사례관리.. 정답이 없는 일..해결이 잘 되지 않는 일..
그냥 한마디로 힘든 일이기에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더 힘든 이 시기몸 까지 아팠던 나는 이 분을 병원에서 다시 만나서 참 행운이라고 생각을 한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힘을 얻게도 되는 세상사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상황에 따라 누구나 대상자가 될 수도 있고, 우리가 만나는 대상자들은 단순하게 문제와 욕구가 있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건강상의 문제로 침대에 누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조차도..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였다. 우리들이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도 다 그렇지 않을까? 이런 상황 을 맞이하고 싶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상황이, 세상이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럴 때 손을 내밀어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