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Issue
전문가 Talk
“ 판데믹과 사회서비스의 슬기로운 대응? ”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 용 득 교수
코로나로 기관이 서비스를 중단하고 한 달 정도까지는 이러다 금방 이전으로 돌아가겠지 싶었어요. 한 달이 지나면서 불편한 마음이 들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힘들어 하는 이용자들에게 전화하기, 편지쓰기, 동영상 보내기 등을 했어요.
그러다 또 한 달이 지나니 이런 정도의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일부의 이용자에게 실시간 온라인 서비스를 시도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 서비스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시간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서 이용자들이 더 높은 참여와 집중을 보여서 놀라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기관 차원에서 더 많은 프로그램에 실시간 온라인 서비스를 도입했고,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이용자는 가정방문을 통해 장비를 세팅을 해 주는 노력도 함께 했어요. 지금은 1단계로 상황이 나아져서 소규모 프로그램은 오프라인으로 전환되었지만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절반의 이용자는 온라인으로, 나머지 절반은 오프라인으로 함께 하고 있어요. 아마도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온라인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상당부분 계속될 것으로 보여요. 분명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사회서비스에서 디지털 기반의 확장은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사회서비스에서 화상소통,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의 대면을 기본 요소로 하는 사회서비스에서 디지털의 활용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 펜데믹은 이런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사회서비스의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꿈틀거리고 있던 변화의 방향으로 좀 더 속도를 내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정말로 사회서비스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의 직접 접촉을 포함하지 않는 비대면 사회서비스라는 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우리는 이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회서비스는 사람과 사람의 대면(face to face)을 전제로 하는 점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대면’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화상통화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은 대면이 아닐까? 대면이라는 단어는 전화기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시대에 고착되어 있는 단어가 아닐까? 비디오 화상회의에서도 서로의 표정과 눈빛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기’가 가능하다. 사회서비스가 사람과 사람의 대면을 요건으로 하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면의 수단이 확장된 것이다. 그래서 사회서비스에서 디지털의 적극적 활용이 사회서비스의 개념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의 실행 수단을 확장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분명 위협이다.
아동, 장애인, 노인 등 약한 사람들에게는 더 심각한 위협이다. 그래서 사회서비스는 닫는 것으로 이 위협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제 닫는 것만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사회서비스가 약한 사람들에게 닥치는 위험을 민감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만, 위험을 피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기회의 제한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위험도 줄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기회를 확장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혜로운 방역, 적극적인 디지털 활용이 사회서비스의 슬기로운 대응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