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issue

통계청 사회조사는 매년 한국인의 사회적 고립도를 발표한다.
2018년과 2019년 연이어 한국 성인의 27%는 어렵고 힘들 때 도움 얻을 사람이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들의 사회적 고립도(2016, OECD_How’s Life:Well-being) 평균 11%와 비교할 때 두배이상 높은 수치이다.

2018년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21%가 외로움 정도가 심각하고 28%는 사회적 고립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고립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변수로 보지만 외로움주관적으로 인지된 고립이라고 본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모두 계층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학력, 수입이 낮을수록, 연령이 높고 직업의 비정규성높을수록 더 고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2018년 1월 17일 고독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를 신설하여 영국사람들의 외로움 문제에 대해 정책적 대응을 시작하였다.
영국인 성인의 13.6%가 외로움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하고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운 것 만큼이나 해롭다는 통계를 통해 연간 15억 파운드(한화로 3조 5천억원)의 손실을 준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사회적 고립에 대한 예방 의학 분야에서의 연구가 다수 있다.
사회적 고립감은 건강 위해 행동(담배, 술, 신체 활동 부족, 불면 등)을 증가시켜
고혈압, 심장질환, 면역체계 기능 문제 상승, 자존감 저하, 우울, 치매, 자기 방임 증가
등으로 사망률을 높이는 것
으로 분석되었다.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지지가 건강 위해 요인을 감소 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을 통해
보호요인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원인인지 사회적 고립의 극단적인 결과로 고독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즉, 단절된 채 살던 사람이 혼자 사망하고 아무도 찾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에 있었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아직 국가적인 고독사 통계는 없지만, 2021년 서울시의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계층은 노인이 아니라 중장년 남성에서 나타나며 다가구 주택, 고시원 등에서 살았고 질병과 생활 관리 문제를 호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고립 문제는 노인만이 아니라 중장년, 전체 연령으로 까지 확대 되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사회사업 사회복지 아카데미 보고서(2015)에서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증가가 최근 중요한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으므로 사회복지 영역에서 적합한 실천이 마련되어야 함을 강조 하였다.

우리 지역사회의 현황은 어떤가? 공공과 민간의 복지전달체계 현장에서는 방문 사례관리 활동이 증가되면서 고독사 현장을 직접 목격하거나 신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과 알콜릭, 상담과 서비스 거부로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경험하는 사례들이 늘면서 고독사를 걱정하는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고민이 깊다.

서울시복지재단 찾동추진지원단에서는 올해부터 복지현장 대응 컨설팅단을 운영하며 현장의
다양한 사례들에 상담을 올리면 미리 구성된 컨설팅단 분야별 전문가(행정, 장애, 정신건강,
고독사, 저장강박 등) 들이 빠르게 응답을 하여 현장의 고민을 함께 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례별 과정과 지원이 누적되면 위험에 대한 표준화된 접근 방식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접근한 사례들은 더 많이 볼 수 있다. 서울시에선 익명성이 높은 도시지역에서 더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립과 고독사 문제에 대응하는 다양한 지역사회 기반 실천이 진행되어 왔다.
지역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당사자 중심의 활동과 지지체계를 구성하는 접근을 한다든가, 주거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퇴거 위험 상담과 함께 고립 문제에 대한 대응을 위해 일자리, 관계 맺기 등을 함께 지원하는 사례 등도 만나볼 수 있었다.
서울시는 공공 차원에서 2018년부터 고독사 예방종합계획을 세우고 동주민센터와 지역사회복지관이 협력하여 주민관계망 사업을 추진하면서 개별적인 지역 기관의 노력을 더 공식화·체계화 하고 있다.

2020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사업으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 고립 대응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립 문제에 대한 대응을 민간 사회복지현장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참여하는 곳은 종합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이며 2021년 부터 삼년간 본사업을 추진한다. 고립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주거 취약 지역, 공동화된 지역사회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주민들의 제보, 수급에서 탈락한 사람을 추천받는 발견, 최초의 접촉, 거부 대응, 수용한 사례발굴, 서비스 지원과 관리 등의 과정으로 접근하고 있다.

2020년 모금회 사회적 고립 대응 시범 사업에 참여한 기관들의 사업 성과 분석 결과, 서비스에 접근했던 적이 없는 위험 계층을 대상으로 발견에서 발굴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평균 8회 를 방문하고 상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발굴되는 사례는 전체 발견 사례의 32% 였다. 평균 8회 방문이라는 노력의 대가이니 대단한 수치이다.

거부중장년 남성에서 더 심각하다. 질병, 실패, 실직, 이혼, 부채, 이로 인한 만성 음주, 일상생활 파괴 등이 누적된 경우들이다. 완전히 낙담하여 자신을 방치하였거나, 자신의 상황이 죽음까지 이를거라고 생각하지 못하여 방치하였거나,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방치하였거나 자신을 방치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중장년 남성의 거부 이유는 ‘아직은 괜찮다’, ‘다른 사람 도와 줘라’ 였다.

서비스 거부의 원인 분석과 관련 선행연구들은 공적 사적 서비스에 대한 낙인감, 서비스 접근의 난이도로 접근 용이성의 문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고립은 자기 방임을 증대시켜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누군가와의 대화로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객관화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만나는 고립된 이웃들에게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경제적, 물질적 지원에 그쳐선 안된다.
가시적인 요구는 물질적인 내용일 수 있으나 그들이 일상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고립된 상태라면 그 이후에 더 큰 어려움 속에 빠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급 신청 상담, 금융상담, 주거상담 등 물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최초 접근 후 이젠 괜찮다라고 뒤돌아서는 이웃에 대해 고립위험은 없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사회적 고립 문제에 접근하는 현장은 발견부터 발굴까지의 거부에 대응해야하므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거부하다가 수용하게 됐다는 것은 믿을만한 사람, 믿음직한 지원체계라는 신뢰가 쌓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신뢰 관계는 지역사회의 주민, 이웃이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역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고립된 이웃에 대한 접근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접근이다.
더 많은 현장 사례들이 쌓이고 공유되어 접근이 능숙하게 되기 위해서는
고립 문제에 대한 많은 사회복지 현장 실천 전문가들의
협업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