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관리 정책지원센터 웹진 [희망e야기]

희망 issue

전문가 Talk
  • 섬지역 보건복지전달체계,
    어떻게 운영해야 하나?
    • 협동조합 함께하는연구(연구자)
      조 미 형 (사회복지학 박사)
어촌 현장을 방문하기 전에는 해당 지역의 지도와 행정구역, 인구 규모와 분포를 살펴보고, 보건복지 시설 현황 등을 검색하게 된다. 그리고, 중심지 시내까지 이동시간, 생활권 반경(인접한 도시의 접근성) 등도 함께 파악해본다. 지역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하여 그 안에서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일상을 놓치고, 제도와 정책 안에서 서비스 이용자로만 보 는 실수를 경계해야 한다.
지난 3월 4일 방문한 금오도⑴는 여수시 남면에서 가장 큰 섬이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860명, 714 가구가 살고 있으며, 섬 전체 면적은 27.48㎢이다.⑵ 읍면동 단위에 해당하는 남면은 10개의 유인도로 구성되었고, 24개 행정리에 2,876명이 살고 있다. 읍면동까지 구분되는 전달체계 상에서 섬 지역의 경 우, 실제로 읍면동 이하에서 주민에게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파악해야 한다.

섬지역에서 도시지역과 동일한 전달체계가 작동할 리가 없다. 금오도에는 노인장기요양시설이 없다. 다행히 섬 안에 거주하는 요양보호사가 있어서 몇 분의 어르신은 재가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자녀가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여수시로 나가서 살게 된다. 부모의 생업을 위해서는 섬을 떠날 수 없다. 육지와 섬, 두 곳 생활을 병행하게 된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또한 섬 안에 활동지원사가 거주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 (1)
  • 여수에서 금오도를 오가는 배편을 살펴보면, 아침 8시 20분에 여수로 나오는 첫 배가 있고, 하루 7번 운행한다. 여수 신기항에서 금오도로 들어가는 마지막 배 시간이 6시이다. 배로 30분 정도 소요되는 육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섬이다.
  • (2)
  • 인구수와 면적 규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도시지역과 비교하면, 서울시 은평구는 면적 29.71㎢, 인구수 479,835명(213,914가구)이다. 비슷한 규모의 면적에 0.2%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
섬지역 보건복지전달체계는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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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국가의 책임이 제기된다. 섬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은 국가의 제도와 정책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다. 요양보호서비스 공급자가 없고, 활동지원사가 없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서비스가 없어서 평생 살던 지역을 떠나야하는가? 왜 굳이 그런 곳에 살려고 하냐는 폭력적인 질문을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래서, 농어촌지역에서는 수요가 없어서 공급할 수 없다는 시장의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사 람이 살만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떠나는것으로 보았으면 한다. 학교가 없어서 병원이 없어서 지역을 떠나는 것이다. 일자리가 있어도 그런 지역에서는 가족이 함께 살 수 없다. 도시처럼 모든 인 프라를 갖출 수는 없지만, 최소한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필요하다. 한 명의 아이 가 있어도 학교 문을 닫지 않는다는 어떤 지역의 원칙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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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 앞서 본 유사한 면적에 50만 명이 살고 있는 서울시 은평구와 860명이 살고 있는 금오도의 전달체계는 달라야 할 것이다.
돌봄지원에 대한 동일한 욕구가 존재한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자의 자격기준, 서비스 이용시간이나 내용등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 이 또한 섬지역 마다 여건이 달라서 하나의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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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민관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민간기관 이외 주민조직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때, 주민 조직화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부분과 국가의 책임 영역은 구분되어야 한다.
이미용이나 세탁 등 봉사자가 동행하는 정기적인 찾아가는 서비스와 별개로 요양보호서비스나 일상생활지원 등의 혼자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사람의 경우 국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는 보건복지전달체계가 닿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어촌지역에서는 시도-시군구-읍면동-주민의 층위에 읍면동-(민)-주민, 사이에 추가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섬 복지 전달과정에서 주로 마을이장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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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역 내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가정 방문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많기 때문에 한번 방문할 때 여러 가지 지원이 동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최대한 영역별 분절적 제공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 제공자에게 일인다역의 역할이 요구된다. 한 영역의 전문성을 갖는 specialist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부분을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는 농어촌 및 섬지역 특화된 specialist가 필요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시설도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시 설은 다기능복합시설이 되어야 한다. 시설인가·허가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다기능복합시설로 운영될 수 있 도록,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등도 본연의 역할 이외에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부가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 록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