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관리 정책지원센터 웹진 [희망e야기]

희망story

희망 없는 삶! 제 손으로 끊고 싶어요...

부산광역시 사상구청 사회복지공무원 채희명

사례의뢰 배경

노부부와 자녀 한 명에 손자3명인 한부모 가정으로 건강, 경제, 자녀교육, 취업, 사회적 관계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가구로 이웃의 신고로 사례관리가 의뢰되었습니다.
사례관리 개입 전 생활실태

수화기 너머 “저기... ○○○에 사는 김숙자(가명)할머니의 이웃인데 할머니가 몸도 좋지 않은데 손주 3명을 키우느라 너무 힘들어해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전화했어요.” 라며 건강악화와 생활고로 죽음까지 생각하는 것 같다는 우려의 내용이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초기상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행복e음을 통해 대상가구의 기본정보를 파악한 후 가정방문을 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할머니의 얼굴은 고단한 삶의 무게로 무척 지쳐보였고 무기력해 보이는 표정과 눈동자에는 삶의 절망감이 묻어져 있었으며, 철길 변 낡은 방안은 고령의 대상자 가족과 이혼한 아들, 어린 2명의 손자녀가 함께 생활하기에는 비좁고 취약한 환경이었습니다. 대상자는 긴 한숨과 힘없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몸이 너무 아파 그냥 죽었으면 좋겠는데 어린 손주들 때문에 죽지도 못 합니다. 앞이 도무지 보이지 않네요.”라며 비관적인 말만 되풀이 하였습니다.

대상자와는 첫 대면이라 가급적 정보를 얻기 위한 질문보다는 대상자가 하려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려고 하였으며, 삶이 힘들다는 말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이 힘들었겠어요.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어떤 부분일까요?”라며 물어보자 대상자는 어렵게 조금씩 지난 일들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대상자는 과거 미용실을 운영하며 어렵지 않게 살았으나 교통사고로 경제활동이 단절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하였고, 슬하 자녀 3명을 두었으나 장남은 사망하고 둘째는 관계가 소원하여 왕래가 없으며, 현재 이혼한 막내아들, 손주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교통사고로 인한 허리수술 부작용으로 경제활동이 힘들어지면서 척추6급 장애판정을 받았고 2012년 허리수술 과실로 병원을 상대로 고소를 하였으나 변호사 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하는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일을 못하면서 생계마저 곤란을 겪자 우울증이 심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한 번씩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어린 손자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어 할까봐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고 손주가 3명이라서 잘 먹이고 싶은데 생활이 넉넉지 않아 본인은 점심도 잘 먹지 않는다며 본인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손주를 좀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대상자와의 초기상담을 통해 대상자의 자살충동 및 배우자의 치매의심 진단 등 가구원들의 건강·경제·거주환경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욕구로 내부사례회의를 개최하여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하였으며, 비록 처해진 상황에 힘들어 하고 있었으나 대상자에게는 ‘손주’라는 희망의 끈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지지하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사례관리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문제유형별 욕구
  • 신체건강유지

    • “손자들 때문에 마지못해 사는 거지…”, “이렇게 몸이 아플 바에야 죽는 게 낫지.” CT의 우울증 및 자살충동에 따른 정신건강상담
    • CT의 배우자는 외출하면 집을 찾지 못하는 횟수 증가하나 치매검사 거부 치매 진단검사 및 치료
    • 삐그덕 덜덜덜 거리는 창문샤시, 지저분한 주방과 방안 창호단열 및 불결한 주거환경 개선
  • 경제/기초생활해결

    • “식구가 대식구다 보니 먹는 것도 많이 들어가고 생필품도 만만치 않아요.” 불규칙적인 일용직 근로소득 및 생계비로 6명의 대식구 생활비 부족 및 손녀의
      여성용품 사용에 따른 비용부담 가중
  • 자녀양육

    • “초등학생 손주가 3명이나 있는데 제대로 된 공부방이 없어요.” 공부방 부재
  • 일상생활유지

    • “내 몸이 아프니 식사준비도 어렵고 이제 하기도 귀찮아요.” 가족의 식사, 청소 등 일상생활 유지 문제
가구현황

가구유형노인부부가구(한부모가구) / 기초생활수급

주거사항단독주택(월세)

주거상태노후

관계 성명 나이 학력 직업 월소득 건강(질병명)
대상자 김숙자 73 중졸 무직 - 척추장애, 우울증
배우자 박O한 83 초중퇴 무직 - 치매
자녀 박O민 43 대졸 일용직 - 양호
손녀 박O오 13 초등 - - 양호
손자 박O현 11 초등 - - 양호
손자 박O조 9 초등 - - 양호

서비스제공계획 및 점검표

장기목표 단기목표
안정적인생활환경조성 1생필품 지원하기(여성용품 등) 2손자녀 공부방 만들기 3주거환경개선(냉·난방)
정신건강회복 1수급자신청을 통한 기초생활유지 2정신건강회복 3장기요양등급 받기 4정서적지지 및 격려 5정신과 약 복용 잘하기
세부계획(개입목표) 서비스명 제공기관
생활안정도모 생필품 등 물품지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생활환경개선(냉·난방 개선)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에너지효율재단
자살예방 정신건강상담 정신건강복지센터
치매 증상 완화 치매 간이검사 및 지원비 보건소
일상생활 활동보조 장기요양 등급 및 서비스 건강보험공단
주요성과
  • 대상자는 손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손주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려는 의지에 강점을 두고, 대상자의 처해진 환경 중 각종 정보부족으로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분부터 접근하여 도움을 준다면 대상자의 마음도 열리고 스스로 조금씩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찾을 것 같았습니다.
    우선 대상자의 욕구사정을 위해 사상구 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자와 함께 공동방문 하여 우울증 및 자살충동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초기상담에는 알수 없었던 과거 젊은 시절 배우자로부터 지속적인 신체 및 언어폭력으로 힘들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대상자는 과거 여러 차례 화학약품(파마약, 옥시크린 등)을 먹고 자살시도를 했던 경험을 구체적으로 털어놓기도 하였습니다.

  • 대상자의 주된 문제인 우울증과 자살충동은 정신과적인 부분으로 현재 다니고 있는 병원에 지속적으로 약물치료를 잘 받으라고 안내하였으며 서비스 점검 과정에서도 병원에 잘 다니고 약은 잘 복용하고 있는지 지속적인 점검을 하였습니다. 또한, 교통사고 후 척추장애를 가지고 있는 대상자는 일상생활에서 자녀의 도움 없이는 병원진료를 받기 힘들고 가사활동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정보부족으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않고 있어 장기요양등급 제도에 대한 정보와 절차를 안내하여 대상자가 장기요양 등급판정 및 재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한 결과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와 대상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매번 병원 갈 때마다 아들을 동행하여 이동을 하였는데 요양보호사가 병원동행을 해주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 대상자의 배우자는 치매증상으로 젊은 시절 보다 폭력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줄어들었으나 고령으로 외출 후 집을 찾지 못하는 치매의심 증상이 심해져 가족들이 찾아나서야 하는 일로 힘들어 하고 있어 치매검진의 중요성을 가족과 대상자의 배우자에게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보건소의 치매조기검진과 치매노인치료관리비(약제비) 지원 정보를 전달하여 가급적 대상자의 가구원들이 스스로 방문하여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꾸준히 안내한 결과 대상자의 배우자는 보건소 검사를 통해 치매가 의심되어 보훈병원 검진 후 정기적인 치매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 철길 옆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인 탓에 냉‧난방에 취약하여 고령의 대상자와 어린 손자녀가 생활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이나 집을 고치거나 주거지를 이전하기에는 경제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연계하여 덜덜덜 거리는 창틀교체와 단열시공으로 대상자가족 모두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 초등학생인 손자녀 3명이 공부방 없이 방바닥에 누워 공부하는 모습에 자칫 학습부진이 염려가 되어 주방 옆 창고공간을 정리하여 공부방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였으나 처음에는 창고공간을 정리하기가 번거롭고 부담스러운지 거부하다가 수차례 상담이 지속되던 어느 날 방문해 보니 대상자의 가족끼리 지저분한 창고공간을 걷어내고 재활용센터에서 구입한 초등학교 6학년 큰손주의 책상을 들여놓았습니다. 대상자의 가족은 당초에는 오랫동안 살아온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엄두를 내지 않으려 하다가 방문기관의 정서적 지지와 지원을 받으면서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가족들의 힘으로 거주지의 한 공간에 공부방을 마련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 이후 추가 상담 및 욕구 재사정 과정에서 손녀의 여성용품 부족 및 크기 문제로 학교생활 중 여성용품 대신 수건을 사용하고 있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생리대 등 생필품을 지원하였으며, 이는 추가 욕구조사(상담)를 하지 않았다면 파악할 수 없었던 경우로 각 단계에 따라 욕구조사나 위기도 조사의 중요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욕구사정에 따라 세웠던 서비스계획들이 진행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대상자는 만족감을 드러냈으며 특히 스스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생기면서 예전과는 달리 집안 물건을 정리하고 지저분한 쓰레기도 직접 정리하기 위해 큰 봉투를 요청하는 등 스스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례관리자 이야기

욕구사정에 따라 세웠던 서비스계획들은 대상자의 배우자 치매진단과 손주의 공부방 만들기 등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대상자는 만족감을 드러냈으며 특히 스스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생기면서 예전과는 달리 얼굴이 밝아지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다만, 서비스가 투입되면서 해당기관에 기대와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걸 느끼면서 대상자 스스로 찾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를 하였으며, 특히 장기요양보호사의 방문으로 일상생활유지에 도움을 받는 등 환경이 조금씩 변화되면서 대상자의 정신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생기면서 사례관리 장‧단기 목표 달성에 따라 사례회의를 거쳐 종결하였습니다.

해당 사례를 접하면서 자살충동이 있는 대상자에 대해 초기상담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조심스러웠고 자살에 대한 전문교육은 반드시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서비스가 투입이 되면서 대상자의 의존성이 많아지는 걸 느끼면서 서비스를 어디까지 투입을 해줘야 될지 고민이 많이 되었으나 대상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되풀이 하던 대상자가 사례가 종결되고 난 후에는 ‘노인정에도 나가고, 가족들 모두 잘 지내고 있다.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르라’는 전화를 먼저 해주는 대상자를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