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제6호
2016 Summer Webzine Vol.6
전문가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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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영화 (군산대학교 교수)

통합사례회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인데 도처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경제적으로는 불과 30~4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살게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많아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도시 서울에서 소득수준과 삶의 질에서 격차가 심각하다. 한강을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의 삶의 격차가 크고, 전국 지자체 지역 간 살림살이의 격차 역시 크다. 이러한 격차를 빈부격차, 사회적 양극화라고 부른다.

사회복지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날로 높아지는 욕구와 한정된 자원 사이를 조정하는 다양한 노력이다. 혼자서 헤쳐 나가기 어려운 험난한 세상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지역의 한정된 자원을 최대화하고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주민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한 노력으로 최근 정부는 ‘읍면동 허브화와 통합사례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어려운 주민의 삶을 샅샅이 살피고 지역 주민 자원 공동체를 개발하여 지역의 살림살이를 살만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사회복지행정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다.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욕구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

읍면동 허브화와 통합사례관리는 대칭적인 의미를 가지며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사회복지행정 분야에서는 여전히 낯설지만 알고는 있고 내 일은 아닌 듯한 개념이 통합사례관리이다. 지금까지 통합사례관리는 민간사회복지기관의 전문서비스 내지는 시군구에 민간 사례관리사들로 구성된 사업팀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알려져 있었다.

사례관리는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이다. 즉 기존의 서비스를 단순 연계하는 것으로는 욕구의 충족이나 문제의 해결이나 완화가 어렵다는 전제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더 나아가 통합사례관리는 지역의 사례관리 제공기관의 나름의 노력으로 해결이 어려운 사례에 대해 민관의 통합적인 노력으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 내 민관의 총체적인 자원과 노력의 동원이 필요하다.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은 고난이도의 집중사례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구이다.

통합사례관리의 대척점에는 사례관리 제공의 단초인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대상자의 발굴과 지역의 자원개발 및 동원이 자리한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사회복지제도가 도입된 이후 난제 중의 난제는 복지 사각지대와 서비스의 중복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자원인데, 어디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몰라서 끼니를 굶고 급기야 가족이 죽음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이 서울 송파구의 ‘세모녀’ 사건이다. 드러나지 않은 사례를 발굴하는 노력이 ‘찾아가는 서비스’이고, 찾아가는 서비스의 동력은 통반장을 위시한 지역의 좋은 이웃이다. 좋은 이웃은 대상자 발굴, 대상자 지원을 위한 자원 발굴, 더 나아가 살기 좋은 공동체 만들기의 주인공이다.

읍면동 복지 허브화는 다른 말로 촘촘한 복지, 지역의 사회안전망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욕구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례를 발굴하여 통합사례관리 전담팀인 시군구의 희망복지지원단에 의뢰를 하였다면, 읍면동 복지 허브화 시대에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사례관리 대상을 발굴하고, 지역의 자원연계로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주민들이 어려운 이웃을 서로 챙겨주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민관의 신뢰와 협력적 관계에 기반해야

단언하건데, 읍면동 복지 허브화는 담당자의 죽음을 불사하는 헌신으로 달성 가능한 이상이 아니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은 말 그대로 행정체계를 근간으로 제공되는 사회복지서비스이다. 새로운 행정제도가 정착되고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을 비롯한 읍면동 기관장의 복지 허브화에 대한 이해와 인식전환, 역량을 갖춘 중간관리자,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유능한 일선 공무원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읍면동의 기관장은 복지 허브화를 기관의 목표로 설정하고, 맞춤형복지팀과 다른 행정팀의 업무분장을 새롭게 하여 ‘자리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담당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지원하여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읍면동 복지 허브화를 위해서는 민관의 신뢰와 협력적 관계에 기반 한 작업과 여기서 주체적으로 함께 하는 지역 주민이 필요하다. 도처에 널리 핀 하얀 개망초의 다른 이름은 풍년초이다. 개망초가 하얗게 논두렁을 뒤덮으면 풍년이 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뭇 선선해진 저녁 퇴근길에 지나치는 이웃에게 미소 띤 얼굴로 인사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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